• 최종편집 2024-05-08(수)

오피니언
Home >  오피니언  >  메디컬 프리즘

실시간뉴스
  • 오정환의 메디컬 프리즘 - 고통은 가슴으로 듣는다. "그대여 걱정 하지 말아요"
    고통은 가슴으로 듣는다. "그대여 걱정하지 말아요" [뉴스인사이트] 10여년전의 일이다. 개인적으로 상담심리분야에 관심이 많아 온누리교회에서 상담과 치유에 관한 교육을 6개월간 수강한 적이 있다. 토요일마다 진행되었는데, 그당시 어느 상담심리학 교수의 강의가 아직도 큰 울림으로 마음속에 남아있다. “여기에 계신 여러분들도 살면서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크게 고통을 받은 적이 있을거예요. 그런데 이런 경험을 하신분들이 나중에 똑같은 고통속에 처한 사람들을 도와줄 수 있는 소중한 포텐셜을 가지고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일화를 소개해 볼게요. 어떤 사람이 인기척이 전혀 없는 한적한 밤에 발을 헛딪여 뚜껑이 열려있는 맨홀에 빠져 버렸어요. 빛하나 없이 어둡고 깊은 맨홀에서 두려운 마음으로 ‘살려주세요’를 밤새 외쳤지요. 몸과 마음이 절망속에서 지쳐갈 즈음 맨홀 근처를 지나가던 사람이 그 소리를 듣고 마침내 들여다 보게 되었죠. 그런데 ‘잠깐만 기다리세요’라는 말과 함께 그 사람은 맨홀안으로 뛰어 들었어요. 맨홀에 빠져있던 사람은 너무나 황당해서 ‘당신 미쳤냐? 이 맨홀에서 같이 죽으려고 내려왔냐’ 라는 말을 하며 화를 내고 절망하고 말았죠. 그런데 맨홀에 내려온 사람은 잠시후 얼굴에 알 수 없는 엷은 미소를 지으며 ‘아무 걱정하지 말아요 얼마전에 저도 이 맨홀에 빠지고 혼자 빠져나온 사람이예요 내가 나가는 길을 알고 있으니 저를 따라오세요’ 라는 말을 하며 주머니에서 라이터를 꺼내 켜더랍니다. 맨홀에 뛰어든 사람은 그 사람의 손을 붙잡고 다른쪽 배수구로 무사히 빠져나왔다고 해요. 제가 여러분께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아시겠죠?” 며칠전 일이다. 8여년간 6번의 암 수술의 고통을 겪고 끝내는 완치판정을 받은 분당서울대 암환자환우회 신효덕회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10여년전에 상담심리학 교수에게 들었던 강의내용이 불현듯 생각났다. 누구나가 그러하겠지만 신회장 또한 암수술 받으면서 겪었던 심적인 고통과 절망이 암보다 더 두려웠다고 한다. 병원이야기만 들어도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것도 같은데 그때의 힘든 병원생활과 경험이 오히려 암 환자 환우회 활동을 더욱 적극적으로 하게 만든 계기가 되었단다. 환우회 활동을 적극적으로 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두려움과 고통속에 있는 암환자들과 정서적인 교감 및 완치의 경험을 나누면서 암을 이겨낼수 있는 의지를 환자들에게 북돋아 주고 싶다는 것이라고 한다. 얼마전까지 사경을 헤매며 고통속에 있었던 환우회 환자들이, 지금 암으로 두려움에 떨고 있는 사람들과 진심으로 마음을 나누면서 조건없이 그들을 돕고 있는 모습을 보면 그 맨홀속으로 뛰어든 사람의 마음을 보게된다. 그리고 신회장은 거기에 머물지 않고 암환자의 수술 후 예후관리나 재발방지를 위한 힐링센터를 설립하고자 한다는 개인적인 희망을 피력했다. 특히 그곳에서 근무할 의사, 간호사는 암을 이겨낸 사람만을 채용할 것이라는 특별한 조건을 내걸고 있다. 이는 암을 겪어본 사람만이 암환자의 고통과 두려움을 진정으로 교감하고 나눌 수 있으며 그들에게 본인의 완치된 모습을 보여주면서 희망을 줄 수 있으리라는 경험치에서 나온 생각이라고 한다. 신회장은 무려 6번의 암 수술을 받았으리라고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삶을 바라보는 모습이 너무나 긍정적이고 밝았다. 긍정심리학에서 언급하는 회복탄력성이 최고치에 있는 듯 보였다. 우리 인간성에는 ‘고통에서 피어나는 타인에 대한 배려(altruism born of suffering)’라는 심리반응이 있다고 한다. 이런 이타적 반응에 놀라우리만큼의 ‘좋은 부작용’이 있는데 타인에 대한 ‘이타적 반응’은 나에게 오히려 건강을 선물한다는 것이다. 특히 남을 조건없이 도울 때 느끼는 ‘기분좋음’을 ‘헬퍼스하이(helper’s high)’라고 하는데 운동처럼 심리적 만족감을 주는 행동을 할 때 나타나는 기분좋음이 타인을 도울 때도 나타난다는 것이다. 또 헬퍼스하이는 심리적 만족을 넘어 면역 기능강화나 스트레스 호르몬 감소등 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항을 미친다는 결과가 있다. 즉 남을 돕고자 하는 이타적 행동은 행복감을 높이고 우울증을 예방하는 등 건강한 몸과 정신을 갖게 해준다. 내가 힘들 때 오히려 힘을 내어 타인의 고통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도와주려 할 때 더 강력한 헬퍼스 하이를 경험한다고 한다. 이처럼 우리 인간의 내면 깊숙한 곳에는 똑같은 고통을 받았던 사람을 더욱 도와주고 싶은 순수한 마음이 끊임없이 생길 수 있다는것과 그 봉사의 보답으로 오히려 자기자신에게 건강과 행복을 선사한다는 이 역설의 상황이 감사하기만 하다. 신회장의 개인적인 그리고 절실한 소망이 큰 어려움없이 이루어지길 간절히 바라며 많은 암 환자뿐만 아니라 수많은 병으로 고통받은 환우들이 조금이나마 심적인 위안과 교감을 누리는 기회가 많아지기를 바란다. 이렇듯 우리는 나만의 고통을 넘어 타인의 고통에 대한 역치를 낮출수록 행복한 삶을 더 느낄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내가 겪은 고통이 오히려 만나는 이를 격하게 위로하는 전이의 순간으로 변할 때 그야말로 우리 모두는 언제든지, 어디에서든지, 그리고 누구에게든 ‘상처입은 치유자’로 다가갈 수 있을 것이고 그때서야 비로서 우리는 타인의 고통을 가슴으로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나만의 고통에만 매몰되어 있는, 우리만의 고통만 바라보게되는 요즘 잠깐 눈을 옆으로 돌려 타인의 고통에도 진정으로 귀 기울이는 우리 사회가 되기를 바라본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들국화의 ‘그대여 아무 걱정하지 말아요’라는 노랫말을 가슴으로 듣게 되는 여름 저녁이다. 오 정 환 - 대한병원협회 회원협력국장 - 한국병원경영학회 대외협력이사
    • 오피니언
    • 메디컬 프리즘
    2021-07-23
  • 오정환의 메디컬 프리즘 - 의료산업 퍼스트무버(first mover)를 위한 규제혁신
    의료산업 퍼스트무버(first mover)를 위한 규제혁신 [뉴스인사이트] 어느 누구나 행복한 삶을 원한다. 더 오래, 더 건강하게 살고 싶은 우리는 이제 건강에 대한 관심이 삶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중에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그래서 의료산업은 발전할 수 밖에 없다. 특히 최근의 의료산업은 질병치료와 예방을 넘어 ‘초연결사회’와 ‘기술융합’을 내세운 이른바 4차산업혁명시대의 총아로 급부상하기에 이르렀다. 그뿐만아니라 이 의료산업은 여타 산업군에 비해 보다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뿐 아니라 고용창출효과도 높아서 늘 뜨거운 감자인 고용문제 해결에도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여기서 잠깐만 기억을 되돌려보자. 얼마 전만 해도 치료만이 능사였다. 누가 잘 치료하느냐가 관건이었기 때문에 질병중심이었다. 하지만 이야기가 달라졌다. 첨단기술의 발전으로 의료환경 자체가 급변했다. 지금은 평소의 건강과 예방, 질병예측에 초점을 둔 사람중심으로 변했으며 유수의 미 경제전문지 Forbes가 보건의료시스템의 자동화, 인공지능, 데이터분석, 디지털치료, 정밀의료 등을 글로벌헬스케어의 핵심변화 및 새로운 시장으로 전망하기도 한다. 한편, 세계 의료산업 시장은 2017년 10조달러(무려 우리돈 1경이 넘는 액수다!)에서 2020년 12조 달러에 육박하며 연평균 5%씩 고속성장하고 있다. 그리고 2020년, 코로나 펜데믹은 여기에 기름을 부었다. 전 세계적으로 디지털헬스케어가 더욱 각광받게 됐고 덩달아 시장참여자의 인식이 바뀌었으며, 기술은 더욱 발전했고, 정책도 발맞춰 변화해가고 있어 명실공히 산업 전체가 성장세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시장규모는 2017년 기준 약 1,491억달러로 전 세계 12위 규모이며 연평균 수출증가율은 21.7%로 올해도 수출성장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더욱이 코로나19 이후 진단용 키트등 K-방역 의료기기 수출도 약 30% 큰 폭 성장해 우리나라 의료산업에 그야말로 꽃길을 내고 있는 중이다. 물론 의료산업의 특수성 때문에 무조건 시장이 커진다고 다 좋은 것만은 아니다. 우리나라는 2026년에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 20%로 전망돼 이미 초고령사회 진입이 눈앞에 있고, 뇌신경 및 대사성질환 등 만성질환의 증가에 따른 국민의료비 증가율이 OECD 국가 평균치를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료수요의 급증은 의료산업의 새로운 수요 및 발전을 더욱 촉발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의료산업은 대표적인 규제산업이다. 관련정책이 급변하는 의료현실을 쫓아가지 못한다면 요즘 말로 폭망이다. 예를 들어보자. 2018년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열린 ‘의료기기 분야 규제혁신 방안 발표’현장에서 있었던 일. 누군가 스마트폰 앱과 연동하는 혈당측정기를 고안해냈다. 그녀는 한 아이의 엄마였고 아이는 소아1형 당뇨를 앓고 있었다. 당연히 그녀는 자신이 고안해낸 앱을 사용해 아들의 혈당을 측정했다. 그러나 그녀는 삼성전자 소프트웨어 개발자 출신이라는 이유로 고발됐다. 당시 매스컴에도 올랐던 이 사건은 한 개인의 해프닝으로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 있다. 하지만 그 이면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고구마같이 답답하고 꽉 막힌 규제의 한 단면을 여실히 보여준다. 얼마전 의료기기산업협회에서도 신의료기술평가제도의 문제점 등을 지적하며 의료기기의 선진입 후평가 제도를 확대할 것을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있으며 그 밖에도 의료 빅데이터, 원격의료, 웨어러블 의료기기 및 보험수가산정등과 관련한 많은 규제는 여전히 큰 논란거리이다. 물론 정부는 이와 관련한 패스트 트랙으로 규제샌드박스를 운영하고 있으나 이 또한 2년간의 한시적 시범사업에 그치는데다 설사 선정되더라도 추후 규제가 풀릴지 명확하지 않아 업체에서는 오히려 희망고문이 될 것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또 올해 초 국무조정실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갈라파고스 규제'가 많아 경제 역동성이 떨어지고 산업의 국제경쟁력이 저하된다는 지적에 따라 외국보다 과도한 규제를 폐지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하는 규제챌린지 제도를 도입해 운영중이다. 하지만 이 역시 "비대면 및 공유경제 등의 굵직한 기존 규제도 해당부처에서 '해외 사례는 없지만 한국 특성상 필요하다'고 주장하면 말짱 아무것도 아니지 않느냐"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의료산업은 기술 자체만으로 혁신이 일어나기 힘들다. 의료정책당국, 의료계, 의료산업체, 환자 등 여러 이해관계가 맞물려 돌아가는데 그중에서도 의료산업정책 및 규제가 가장 중요하다. 따라서 정책과 규제혁신이 뒷받침 되어야만 진정한 혁신이 완성된다. 이에 발맞춰 대한병원협회는 이미 지난 2013년부터 회원병원과 국내 유수 의료산업체간의 교류를 위해 미래의료산업협의회를 정식 출범하고 회원병원장과 업체 ceo가 참여하는 병원의료산업희망포럼을 매월 개최하고 있다. 그간 복지부, 한국보건산업진흥원, 학계, 병원계의 명망있는 강사를 초빙해 의료산업체간 협력과 소통의 장을 열었다. 아울러 협회는 매년 가을, 서울 코엑스에서 병원의료산업박람회를 개최하고 있는데 특히 올해는 의료산업체 제품홍보부스 전시와 별도로 의료산업 규제개혁 및 혁신을 주제로 컨퍼런스 및 세미나 등을 열 계획이어서 국산의료기기 진흥과 의료산업 혁신을 위해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어느덧 2021년도 반이 흘렀다. 이제야말로 진정 실효성 있는 법 적용과 현장의 목소리를 담은 규제혁신이 이뤄질 때다. 뒤늦고 낡은 규제 때문에 소중한 결과들이 길을 잃거나 소리없이 사라지는 일은 다시는 없어야 한다. 범국가적 전략마련을 위해, 그리고 향후 글로벌 시장에서 first mover로서의 역할을 위해서라도 오직 슬기로운 규제개혁 만이 의료산업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오 정 환 - 대한병원협회 회원협력국장 - 한국병원경영학회 대외협력이사
    • 오피니언
    • 메디컬 프리즘
    2021-06-25

실시간 메디컬 프리즘 기사

  • 오정환의 메디컬 프리즘 - 고통은 가슴으로 듣는다. "그대여 걱정 하지 말아요"
    고통은 가슴으로 듣는다. "그대여 걱정하지 말아요" [뉴스인사이트] 10여년전의 일이다. 개인적으로 상담심리분야에 관심이 많아 온누리교회에서 상담과 치유에 관한 교육을 6개월간 수강한 적이 있다. 토요일마다 진행되었는데, 그당시 어느 상담심리학 교수의 강의가 아직도 큰 울림으로 마음속에 남아있다. “여기에 계신 여러분들도 살면서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크게 고통을 받은 적이 있을거예요. 그런데 이런 경험을 하신분들이 나중에 똑같은 고통속에 처한 사람들을 도와줄 수 있는 소중한 포텐셜을 가지고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일화를 소개해 볼게요. 어떤 사람이 인기척이 전혀 없는 한적한 밤에 발을 헛딪여 뚜껑이 열려있는 맨홀에 빠져 버렸어요. 빛하나 없이 어둡고 깊은 맨홀에서 두려운 마음으로 ‘살려주세요’를 밤새 외쳤지요. 몸과 마음이 절망속에서 지쳐갈 즈음 맨홀 근처를 지나가던 사람이 그 소리를 듣고 마침내 들여다 보게 되었죠. 그런데 ‘잠깐만 기다리세요’라는 말과 함께 그 사람은 맨홀안으로 뛰어 들었어요. 맨홀에 빠져있던 사람은 너무나 황당해서 ‘당신 미쳤냐? 이 맨홀에서 같이 죽으려고 내려왔냐’ 라는 말을 하며 화를 내고 절망하고 말았죠. 그런데 맨홀에 내려온 사람은 잠시후 얼굴에 알 수 없는 엷은 미소를 지으며 ‘아무 걱정하지 말아요 얼마전에 저도 이 맨홀에 빠지고 혼자 빠져나온 사람이예요 내가 나가는 길을 알고 있으니 저를 따라오세요’ 라는 말을 하며 주머니에서 라이터를 꺼내 켜더랍니다. 맨홀에 뛰어든 사람은 그 사람의 손을 붙잡고 다른쪽 배수구로 무사히 빠져나왔다고 해요. 제가 여러분께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아시겠죠?” 며칠전 일이다. 8여년간 6번의 암 수술의 고통을 겪고 끝내는 완치판정을 받은 분당서울대 암환자환우회 신효덕회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10여년전에 상담심리학 교수에게 들었던 강의내용이 불현듯 생각났다. 누구나가 그러하겠지만 신회장 또한 암수술 받으면서 겪었던 심적인 고통과 절망이 암보다 더 두려웠다고 한다. 병원이야기만 들어도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것도 같은데 그때의 힘든 병원생활과 경험이 오히려 암 환자 환우회 활동을 더욱 적극적으로 하게 만든 계기가 되었단다. 환우회 활동을 적극적으로 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두려움과 고통속에 있는 암환자들과 정서적인 교감 및 완치의 경험을 나누면서 암을 이겨낼수 있는 의지를 환자들에게 북돋아 주고 싶다는 것이라고 한다. 얼마전까지 사경을 헤매며 고통속에 있었던 환우회 환자들이, 지금 암으로 두려움에 떨고 있는 사람들과 진심으로 마음을 나누면서 조건없이 그들을 돕고 있는 모습을 보면 그 맨홀속으로 뛰어든 사람의 마음을 보게된다. 그리고 신회장은 거기에 머물지 않고 암환자의 수술 후 예후관리나 재발방지를 위한 힐링센터를 설립하고자 한다는 개인적인 희망을 피력했다. 특히 그곳에서 근무할 의사, 간호사는 암을 이겨낸 사람만을 채용할 것이라는 특별한 조건을 내걸고 있다. 이는 암을 겪어본 사람만이 암환자의 고통과 두려움을 진정으로 교감하고 나눌 수 있으며 그들에게 본인의 완치된 모습을 보여주면서 희망을 줄 수 있으리라는 경험치에서 나온 생각이라고 한다. 신회장은 무려 6번의 암 수술을 받았으리라고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삶을 바라보는 모습이 너무나 긍정적이고 밝았다. 긍정심리학에서 언급하는 회복탄력성이 최고치에 있는 듯 보였다. 우리 인간성에는 ‘고통에서 피어나는 타인에 대한 배려(altruism born of suffering)’라는 심리반응이 있다고 한다. 이런 이타적 반응에 놀라우리만큼의 ‘좋은 부작용’이 있는데 타인에 대한 ‘이타적 반응’은 나에게 오히려 건강을 선물한다는 것이다. 특히 남을 조건없이 도울 때 느끼는 ‘기분좋음’을 ‘헬퍼스하이(helper’s high)’라고 하는데 운동처럼 심리적 만족감을 주는 행동을 할 때 나타나는 기분좋음이 타인을 도울 때도 나타난다는 것이다. 또 헬퍼스하이는 심리적 만족을 넘어 면역 기능강화나 스트레스 호르몬 감소등 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항을 미친다는 결과가 있다. 즉 남을 돕고자 하는 이타적 행동은 행복감을 높이고 우울증을 예방하는 등 건강한 몸과 정신을 갖게 해준다. 내가 힘들 때 오히려 힘을 내어 타인의 고통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도와주려 할 때 더 강력한 헬퍼스 하이를 경험한다고 한다. 이처럼 우리 인간의 내면 깊숙한 곳에는 똑같은 고통을 받았던 사람을 더욱 도와주고 싶은 순수한 마음이 끊임없이 생길 수 있다는것과 그 봉사의 보답으로 오히려 자기자신에게 건강과 행복을 선사한다는 이 역설의 상황이 감사하기만 하다. 신회장의 개인적인 그리고 절실한 소망이 큰 어려움없이 이루어지길 간절히 바라며 많은 암 환자뿐만 아니라 수많은 병으로 고통받은 환우들이 조금이나마 심적인 위안과 교감을 누리는 기회가 많아지기를 바란다. 이렇듯 우리는 나만의 고통을 넘어 타인의 고통에 대한 역치를 낮출수록 행복한 삶을 더 느낄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내가 겪은 고통이 오히려 만나는 이를 격하게 위로하는 전이의 순간으로 변할 때 그야말로 우리 모두는 언제든지, 어디에서든지, 그리고 누구에게든 ‘상처입은 치유자’로 다가갈 수 있을 것이고 그때서야 비로서 우리는 타인의 고통을 가슴으로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나만의 고통에만 매몰되어 있는, 우리만의 고통만 바라보게되는 요즘 잠깐 눈을 옆으로 돌려 타인의 고통에도 진정으로 귀 기울이는 우리 사회가 되기를 바라본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들국화의 ‘그대여 아무 걱정하지 말아요’라는 노랫말을 가슴으로 듣게 되는 여름 저녁이다. 오 정 환 - 대한병원협회 회원협력국장 - 한국병원경영학회 대외협력이사
    • 오피니언
    • 메디컬 프리즘
    2021-07-23
  • 오정환의 메디컬 프리즘 - 의료산업 퍼스트무버(first mover)를 위한 규제혁신
    의료산업 퍼스트무버(first mover)를 위한 규제혁신 [뉴스인사이트] 어느 누구나 행복한 삶을 원한다. 더 오래, 더 건강하게 살고 싶은 우리는 이제 건강에 대한 관심이 삶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중에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그래서 의료산업은 발전할 수 밖에 없다. 특히 최근의 의료산업은 질병치료와 예방을 넘어 ‘초연결사회’와 ‘기술융합’을 내세운 이른바 4차산업혁명시대의 총아로 급부상하기에 이르렀다. 그뿐만아니라 이 의료산업은 여타 산업군에 비해 보다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뿐 아니라 고용창출효과도 높아서 늘 뜨거운 감자인 고용문제 해결에도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여기서 잠깐만 기억을 되돌려보자. 얼마 전만 해도 치료만이 능사였다. 누가 잘 치료하느냐가 관건이었기 때문에 질병중심이었다. 하지만 이야기가 달라졌다. 첨단기술의 발전으로 의료환경 자체가 급변했다. 지금은 평소의 건강과 예방, 질병예측에 초점을 둔 사람중심으로 변했으며 유수의 미 경제전문지 Forbes가 보건의료시스템의 자동화, 인공지능, 데이터분석, 디지털치료, 정밀의료 등을 글로벌헬스케어의 핵심변화 및 새로운 시장으로 전망하기도 한다. 한편, 세계 의료산업 시장은 2017년 10조달러(무려 우리돈 1경이 넘는 액수다!)에서 2020년 12조 달러에 육박하며 연평균 5%씩 고속성장하고 있다. 그리고 2020년, 코로나 펜데믹은 여기에 기름을 부었다. 전 세계적으로 디지털헬스케어가 더욱 각광받게 됐고 덩달아 시장참여자의 인식이 바뀌었으며, 기술은 더욱 발전했고, 정책도 발맞춰 변화해가고 있어 명실공히 산업 전체가 성장세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시장규모는 2017년 기준 약 1,491억달러로 전 세계 12위 규모이며 연평균 수출증가율은 21.7%로 올해도 수출성장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더욱이 코로나19 이후 진단용 키트등 K-방역 의료기기 수출도 약 30% 큰 폭 성장해 우리나라 의료산업에 그야말로 꽃길을 내고 있는 중이다. 물론 의료산업의 특수성 때문에 무조건 시장이 커진다고 다 좋은 것만은 아니다. 우리나라는 2026년에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 20%로 전망돼 이미 초고령사회 진입이 눈앞에 있고, 뇌신경 및 대사성질환 등 만성질환의 증가에 따른 국민의료비 증가율이 OECD 국가 평균치를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료수요의 급증은 의료산업의 새로운 수요 및 발전을 더욱 촉발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의료산업은 대표적인 규제산업이다. 관련정책이 급변하는 의료현실을 쫓아가지 못한다면 요즘 말로 폭망이다. 예를 들어보자. 2018년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열린 ‘의료기기 분야 규제혁신 방안 발표’현장에서 있었던 일. 누군가 스마트폰 앱과 연동하는 혈당측정기를 고안해냈다. 그녀는 한 아이의 엄마였고 아이는 소아1형 당뇨를 앓고 있었다. 당연히 그녀는 자신이 고안해낸 앱을 사용해 아들의 혈당을 측정했다. 그러나 그녀는 삼성전자 소프트웨어 개발자 출신이라는 이유로 고발됐다. 당시 매스컴에도 올랐던 이 사건은 한 개인의 해프닝으로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 있다. 하지만 그 이면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고구마같이 답답하고 꽉 막힌 규제의 한 단면을 여실히 보여준다. 얼마전 의료기기산업협회에서도 신의료기술평가제도의 문제점 등을 지적하며 의료기기의 선진입 후평가 제도를 확대할 것을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있으며 그 밖에도 의료 빅데이터, 원격의료, 웨어러블 의료기기 및 보험수가산정등과 관련한 많은 규제는 여전히 큰 논란거리이다. 물론 정부는 이와 관련한 패스트 트랙으로 규제샌드박스를 운영하고 있으나 이 또한 2년간의 한시적 시범사업에 그치는데다 설사 선정되더라도 추후 규제가 풀릴지 명확하지 않아 업체에서는 오히려 희망고문이 될 것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또 올해 초 국무조정실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갈라파고스 규제'가 많아 경제 역동성이 떨어지고 산업의 국제경쟁력이 저하된다는 지적에 따라 외국보다 과도한 규제를 폐지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하는 규제챌린지 제도를 도입해 운영중이다. 하지만 이 역시 "비대면 및 공유경제 등의 굵직한 기존 규제도 해당부처에서 '해외 사례는 없지만 한국 특성상 필요하다'고 주장하면 말짱 아무것도 아니지 않느냐"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의료산업은 기술 자체만으로 혁신이 일어나기 힘들다. 의료정책당국, 의료계, 의료산업체, 환자 등 여러 이해관계가 맞물려 돌아가는데 그중에서도 의료산업정책 및 규제가 가장 중요하다. 따라서 정책과 규제혁신이 뒷받침 되어야만 진정한 혁신이 완성된다. 이에 발맞춰 대한병원협회는 이미 지난 2013년부터 회원병원과 국내 유수 의료산업체간의 교류를 위해 미래의료산업협의회를 정식 출범하고 회원병원장과 업체 ceo가 참여하는 병원의료산업희망포럼을 매월 개최하고 있다. 그간 복지부, 한국보건산업진흥원, 학계, 병원계의 명망있는 강사를 초빙해 의료산업체간 협력과 소통의 장을 열었다. 아울러 협회는 매년 가을, 서울 코엑스에서 병원의료산업박람회를 개최하고 있는데 특히 올해는 의료산업체 제품홍보부스 전시와 별도로 의료산업 규제개혁 및 혁신을 주제로 컨퍼런스 및 세미나 등을 열 계획이어서 국산의료기기 진흥과 의료산업 혁신을 위해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어느덧 2021년도 반이 흘렀다. 이제야말로 진정 실효성 있는 법 적용과 현장의 목소리를 담은 규제혁신이 이뤄질 때다. 뒤늦고 낡은 규제 때문에 소중한 결과들이 길을 잃거나 소리없이 사라지는 일은 다시는 없어야 한다. 범국가적 전략마련을 위해, 그리고 향후 글로벌 시장에서 first mover로서의 역할을 위해서라도 오직 슬기로운 규제개혁 만이 의료산업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오 정 환 - 대한병원협회 회원협력국장 - 한국병원경영학회 대외협력이사
    • 오피니언
    • 메디컬 프리즘
    2021-06-25
비밀번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