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9(금)
 

의료산업 퍼스트무버(first mover)를 위한 규제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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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인사이트] 어느 누구나 행복한 삶을 원한다. 더 오래, 더 건강하게 살고 싶은 우리는 이제 건강에 대한 관심이 삶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중에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그래서 의료산업은 발전할 수 밖에 없다. 특히 최근의 의료산업은 질병치료와 예방을 넘어 ‘초연결사회’와 ‘기술융합’을 내세운 이른바 4차산업혁명시대의 총아로 급부상하기에 이르렀다. 그뿐만아니라 이 의료산업은 여타 산업군에 비해 보다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뿐 아니라 고용창출효과도 높아서 늘 뜨거운 감자인 고용문제 해결에도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여기서 잠깐만 기억을 되돌려보자. 얼마 전만 해도 치료만이 능사였다. 누가 잘 치료하느냐가 관건이었기 때문에 질병중심이었다. 하지만 이야기가 달라졌다. 첨단기술의 발전으로 의료환경 자체가 급변했다. 지금은 평소의 건강과 예방, 질병예측에 초점을 둔 사람중심으로 변했으며 유수의 미 경제전문지 Forbes가 보건의료시스템의 자동화, 인공지능, 데이터분석, 디지털치료, 정밀의료 등을 글로벌헬스케어의 핵심변화 및 새로운 시장으로 전망하기도 한다.

 

한편, 세계 의료산업 시장은 2017년 10조달러(무려 우리돈 1경이 넘는 액수다!)에서 2020년 12조 달러에 육박하며 연평균 5%씩 고속성장하고 있다. 그리고 2020년, 코로나 펜데믹은 여기에 기름을 부었다. 전 세계적으로 디지털헬스케어가 더욱 각광받게 됐고 덩달아 시장참여자의 인식이 바뀌었으며, 기술은 더욱 발전했고, 정책도 발맞춰 변화해가고 있어 명실공히 산업 전체가 성장세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시장규모는 2017년 기준 약 1,491억달러로 전 세계 12위 규모이며 연평균 수출증가율은 21.7%로 올해도 수출성장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더욱이 코로나19 이후 진단용 키트등 K-방역 의료기기 수출도 약 30% 큰 폭 성장해 우리나라 의료산업에 그야말로 꽃길을 내고 있는 중이다.

 

물론 의료산업의 특수성 때문에 무조건 시장이 커진다고 다 좋은 것만은 아니다. 우리나라는 2026년에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 20%로 전망돼 이미 초고령사회 진입이 눈앞에 있고, 뇌신경 및 대사성질환 등 만성질환의 증가에 따른 국민의료비 증가율이 OECD 국가 평균치를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료수요의 급증은 의료산업의 새로운 수요 및 발전을 더욱 촉발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의료산업은 대표적인 규제산업이다. 관련정책이 급변하는 의료현실을 쫓아가지 못한다면 요즘 말로 폭망이다. 예를 들어보자. 2018년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열린 ‘의료기기 분야 규제혁신 방안 발표’현장에서 있었던 일. 누군가 스마트폰 앱과 연동하는 혈당측정기를 고안해냈다. 그녀는 한 아이의 엄마였고 아이는 소아1형 당뇨를 앓고 있었다. 당연히 그녀는 자신이 고안해낸 앱을 사용해 아들의 혈당을 측정했다. 그러나 그녀는 삼성전자 소프트웨어 개발자 출신이라는 이유로 고발됐다. 당시 매스컴에도 올랐던 이 사건은 한 개인의 해프닝으로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 있다. 하지만 그 이면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고구마같이 답답하고 꽉 막힌 규제의 한 단면을 여실히 보여준다.

 

얼마전 의료기기산업협회에서도 신의료기술평가제도의 문제점 등을 지적하며 의료기기의 선진입 후평가 제도를 확대할 것을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있으며 그 밖에도 의료 빅데이터, 원격의료, 웨어러블 의료기기 및 보험수가산정등과 관련한 많은 규제는 여전히 큰 논란거리이다.

 

물론 정부는 이와 관련한 패스트 트랙으로 규제샌드박스를 운영하고 있으나 이 또한 2년간의 한시적 시범사업에 그치는데다 설사 선정되더라도 추후 규제가 풀릴지 명확하지 않아 업체에서는 오히려 희망고문이 될 것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또 올해 초 국무조정실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갈라파고스 규제'가 많아 경제 역동성이 떨어지고 산업의 국제경쟁력이 저하된다는 지적에 따라 외국보다 과도한 규제를 폐지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하는 규제챌린지 제도를 도입해 운영중이다. 하지만 이 역시 "비대면 및 공유경제 등의 굵직한 기존 규제도 해당부처에서 '해외 사례는 없지만 한국 특성상 필요하다'고 주장하면 말짱 아무것도 아니지 않느냐"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의료산업은 기술 자체만으로 혁신이 일어나기 힘들다. 의료정책당국, 의료계, 의료산업체, 환자 등 여러 이해관계가 맞물려 돌아가는데 그중에서도 의료산업정책 및 규제가 가장 중요하다. 따라서 정책과 규제혁신이 뒷받침 되어야만 진정한 혁신이 완성된다.

 

이에 발맞춰 대한병원협회는 이미 지난 2013년부터 회원병원과 국내 유수 의료산업체간의 교류를 위해 미래의료산업협의회를 정식 출범하고 회원병원장과 업체 ceo가 참여하는 병원의료산업희망포럼을 매월 개최하고 있다. 그간 복지부, 한국보건산업진흥원, 학계, 병원계의 명망있는 강사를 초빙해 의료산업체간 협력과 소통의 장을 열었다.

 

아울러 협회는 매년 가을, 서울 코엑스에서 병원의료산업박람회를 개최하고 있는데 특히 올해는 의료산업체 제품홍보부스 전시와 별도로 의료산업 규제개혁 및 혁신을 주제로 컨퍼런스 및 세미나 등을 열 계획이어서 국산의료기기 진흥과 의료산업 혁신을 위해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어느덧 2021년도 반이 흘렀다. 이제야말로 진정 실효성 있는 법 적용과 현장의 목소리를 담은 규제혁신이 이뤄질 때다. 뒤늦고 낡은 규제 때문에 소중한 결과들이 길을 잃거나 소리없이 사라지는 일은 다시는 없어야 한다. 범국가적 전략마련을 위해, 그리고 향후 글로벌 시장에서 first mover로서의 역할을 위해서라도 오직 슬기로운 규제개혁 만이 의료산업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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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정 환

- 대한병원협회 회원협력국장

- 한국병원경영학회 대외협력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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